[테크홀릭] 글로벌 자동차 업계의 위기감은 크게 두 가지로 대별된다. 한 가지는 전기차 시장 침체이고 또 한 가지는 트럼프 발 관세 전쟁 위기이다.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여파로 지난달 해상을 통해 미국으로 수입된 자동차 대수가 작년 같은 달 대비 70% 넘게 줄었다는 분석이 나올 정도로 위기감이 팽배하다.
하지만 현대차는 만반의 준비를 통해 위기를 기회로 바꾸어 나가고 있다. 우리 업계만 힘든 것이 아니라 글로벌 업계가 다 어려움을 겪는 만큼 현대차가 철저한 준비와 대응 시나리오를 잘만 준비하면 오히려 미국 시장 확대의 기회가 될 수 있다는 기대감도 생겨나고 있다.
9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현대차와 기아차의 2분기 영업이익은 다소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현대차는 3조6809억 원, 기아차는 3조2155억 원 수준이다. 아무래도 관세가 수익성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현대차의 매출은 6개월 전보다 0.3% 늘어난 46조4156억 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기아차는 2.3% 증가한 29조698억 원 수준으로 추정된다.
미주 시장 진출 기회 확대로
분명히 미국 시장은 어려워지고 있다. 그러나 전체 시장과 누적 실적을 보면 현대차의 큰 그림이 눈에 보인다. 우선 수입 관세 파동이 당장은 힘들게 느껴지지만 글로벌 규모로 보면 현대 기아차의 점유율 확대로 이어질 수 있는 전망이 나온다.
문용권 신영증권 연구원은 “25%의 수입 관세가 최소 3년간 손익에 부담을 줄 수 있지만 동시에 미국 점유율을 확대할 기회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현재 현대차 기아차의 미국 시장 점유율은 11% 수준. 그러나 일본 자동차들이 수출 시장에서 뒤처지면서 주춤하고 있어서 시장 점유율 확대가 점쳐진다는 것이다. 내부 관계자들에 따르면 토요타자동차의 변수가 있기는 하지만 현대차·기아의 미국 내 점유율이 3~4% 이상 확대될 가능성도 있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누적 실적의 구체적인 수치도 이를 받쳐주고 있다.
현대차가 1986년 미국 시장으로 처음 진출한 이후 39년 만에 누적 판매 1700만대를 돌파했다. 꾸준히 시장을 확대해 오면서 여러 가지 어려움도 겪었고 경쟁에 밀리기도 했지만 결국
지금의 시장 점유를 이루어낸 것이다.
현대차와 기아는 지난 5월 미국 시장에서 총 17만251대를 판매해 전년 동월 대비 6.7% 증가하는 준수한 실적을 거두어 냈다.
사내 관계자에 따르면 현대차는 제네시스를 포함해 9만1244대를 판매하며 8.1% 늘었고, 기아는 7만9007대로 5.1% 증가했다. 양사는 8개월 연속 전년 대비 판매 증가세를 이어가는 안정적 우상승 추세를 그려내고 있다.
특히 베뉴는 4439대로 74.4% 성장했고, 아반떼도 준수한 실적을 보여 1만5741대에 18.3% 성장세를 보였다. 또 투싼은 1만9905대로 14.6% 성장세를 보이며 미국 시장을 견인했고, 팰리세이드는 1만1207대로 10.4% 성장했다.
또 스포티지의 1만7063대는 10.0% 성장, 텔루라이드는 1만1560대로 12.1%, 카니발도 6975대로 68.0% 성장세를 보여주었다.
프리미엄 시장으로 기대를 모아 온 제네시스는 총 6723대를 판매해 전년 동기 대비 13.6% 증가했다. 내용적으로는 GV80이 2256대, GV70이 3130대로 제네시스의 월간 최다 판매 기록을 견인했다.
전기차와 하이브리드 양동 전략
한편 전기차 침체와 관련해 미국 시장에서 현대차가 전동화 전략을 지속해서 추진하겠다는 의지를 재확인한 점도 눈여겨 볼 만한 일이다. 현대차는 일단 전동화 전략 지속적 추진과 이를 받쳐주기 위한 하이브리드차 모델 확대전략도 계속할 방침이다.
호세 무뇨스 현대차 최고경영자(CEO) 사장은 지난 9일(현지시간) 미국 오토모티브뉴스와 인터뷰에서 “현대차는 전기차로의 전환을 흔들림 없이 추진하고 있다”며 “전기차 라인업을 제공하는 동시에 하이브리드차와 연비 효율이 좋은 내연기관차, 수소연료전지차에 대한 투자도 지속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내부 자료에 따르면 현대차는 지난해 8월 진행된 CEO 인베스터데이를 통해 2030년까지 전기차 연간 200만대 판매를 목표로 삼고, 전기차 모델만 21종 이상을 출시할 계획이었는데 전기차 침체로 인해 계획 수정이 점쳐지기도 했다. 한편 현대차는 하이브리드차 모델도 7개에서 14개로 2배 확대하면서 시장을 능동적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현대차는 지난달 조지아 메타플랜트에서 아이오닉 9의 첫 고객 인도를 진행하며 미국 내 전동화 전략을 본격화한 바 있었다. 아이오닉 9는 3열 대형 전기 SUV로, 향후 미국 전기차 시장 확대의 핵심 모델로 부상할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자동차 전문가들은 트럼프 발 위협요인이 있지만 어차피 시장은 전동화로 흘러갈 것이라고 예상하는 상황이다.
한편 국내 판매 현황을 보면 현대차의 대형 스포츠유틸리티차(SUV) 팰리세이드 하이브리드 인기도 만만치 않다. 지속 일등을 기록했던 기아 쏘렌토 하이브리드를 제치고 팰리세이드 하이브리드가 지난달 1위에 올랐다. 업계에 따르면 팰리세이드 하이브리드는 지난달 국내 시장에서 6166대 판매됐다.
한편 현대차는 10일 국내 유일의 승용 수소차 ‘디 올 뉴 넥쏘’를 출시하는 등 국내 시장도 적극적으로 변화를 꿈꾸고 있다. 이 신형 넥쏘는 2018년 3월 첫 출시 이후 7년 만에 선보이는 완전 변경 모델로 최대 720㎞에 달하는 1회 충전 주행거리, 이전보다 개선된 동력 성능이 특징이다.
현대차는 신형 넥쏘에 150㎾급 전동 모터를 적용하는 한편 수소전기차 연료전지의 핵심 부품인 스택의 출력을 94㎾로, 고전압 배터리의 출력을 80㎾로 키워 제로백(정지상태에서 시속 100㎞에 이르는 시간)을 7.8초로 줄였으며 수소 저장탱크의 저장량을 6.69㎏까지 늘려 충전 5분 만으로 최대 720㎞에 달하는 주행거리를 달성하도록 했다. 이는 승용 수소전기차 기준 가장 긴 1회 충전 주행가능거리다.
재계에서는 현대차는 앞으로도 전동화와 하이브리드 시장 확대를 위해 꾸준한 연구 개발과 지속적인 투자를 계속해 나갈 것이 분명하다면서 현대차의 큰 그림이 미국 자동차 시장의 판도를 변화시켜 갈 것임이 분명하다고 판단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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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엽 기자 thtower1@techholic.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