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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진칼 경영권 싸움, 이 비상상황에서 장기전으로 갈 작정인가?

기사승인 2020.02.28  15:08: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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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 회장측 델타항공이 우호지분 확보, 반대측 가처분으로 맞대응

[테크홀릭] 한진칼 경영권 다툼이 그야말로 점입가경이다.
현 조원태 회장의 '우군'으로 분류되는 델타항공(Delta Air Lines, Inc.)이 한진칼의 지분을 추가로 매입하면서 현 회장측이 유리한 고지를 밟은 것으로 보도되자 반 조원태 측인 행동주의 사모펀드 KCGI가 한진칼 지주회사인 한진칼에 공개적으로 제안했던 이사 후보들의 선임 등을 다음 달 정기 주주총회 의안으로 올리라며 사법부에 가처분을 신청했다.

이번 가처분 사태는 한진칼이 자사를 상대로 KCGI 산하 투자목적회사인 그레이스홀딩스가 의안상정 가처분을 지난 25일 서울중앙지법에 신청했다고 27일 공시함으로써 밝혀졌다. 그레이스홀딩스는 한진칼의 2대 주주로 반 조원태 진영의 의사를 반영하고 있다.
한진칼에 따르면 그레이스홀딩스는 다음 달로 예정된 한진칼의 정기 주총에서 자신들이 요구하는 내용을 의안으로 상정하고 주총 2주 전까지 의안을 주주들에게 통지하라고 청구했다는 것이다.
그레이스홀딩스가 내세운 의안은 앞서 KCGI와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 반도건설 등 '주주 연합'(3자 연합)이 한진칼에 전달한 주주 제안과 대부분 일치하는 내용이다.

3자 연합은 지난 13일 한진칼에 사내이사 4명과 사외이사 4명 등 8명의 이사 후보 추천과 주총 전자투표 도입, 주총에서 이사의 선임 시 개별투표 방식을 채택하도록 명시하는 방안 등을 제안했다. 이사 후보 가운데 김치훈 전 한국공항 상무는 이후 한진칼 측에 후보 사퇴 의사를 밝혔고, 이에 따라 그레이스홀딩스의 가처분 신청서에는 7명의 이사 후보만 이름을 올렸다.

하지만 한진칼은 이번 가처분 신청이 기업 이미지를 훼손하여 현 회장의 상황을 어렵게 만들고 기업 이미지를 심각하게 해치는 꼼수라고 비판하고 나섰다.
한진칼은 이후 입장 자료를 내고 "주주총회에 상정할 안건을 결정하기 위해서는 이사회 의결이 필요한 사정을 알고 있고 주총까지 상당한 기간이 남아있는데도 마치 한진칼이 주주제안을 무시한 것처럼 법원에 가처분을 신청한 주주연합 측의 대응에 유감스럽다"고 말했다.

이어 "이러한 태도는 원활한 한진칼 주주총회 개최보다는 오직 회사의 이미지를 훼손하고 여론을 자신에게 유리하게 이끌려고 사법절차를 악용하는 꼼수로밖에 볼 수 없다"며 "앞으로 보다 진정성 있는 태도로 원활한 주총이 이뤄질 수 있도록 협조해 달라"고 꼬집었다.

현 회장측 우군 속속 입성

이 싸움은 우선 3월 25일로 예정된 한진칼 지주회사 한진칼의 주총을 앞두고 반 조원태측이 조금이라도 유리한 고지를 차지하기 위한 기싸움을 건 것이라고 볼 수 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조원태 현 회장의 한진칼 사내이사 임기는 오는 3월 23일까지로, 연임을 위해서는 이번 주총에서 재선임 안건을 통과시켜야 한다. 그야말로 눈앞에 큰 싸움이 다가오고 있는 셈이다.

반 조원태 회장측 즉 3자 연합측이 이번처럼 가처분 신청을 내는 등 고분고분 물러날 상황이 아니라는 점에서 마지막까지 경영권 분쟁을 지켜봐야 하는 주주들은 이해관계에 따라 저마다 셈법이 복잡하다.
그럼에도 한진칼 경영권을 둘러싼 다툼에서 조직 내부와 외부 여론은 이미 현 회장측으로 기울어진 마당이 된 모습이다.
우선 우군으로 알려진 델타항공이 한진칼의 주식을 장내 매수로 추가 취득해 지분율이 종전 10.00%에서 11.00%로 상승했다고 24일 공시했다는 점이다. 델타항공은 지난 20∼21일 한진칼 주식 59만1천704주를 추가 매입했으며 이에 따라 보유한 주식은 총 605만8천751주로 늘었다. 보유 목적은 단순 투자라고 밝혔다. 주총에서 힘을 발휘하는 것을 넘어 장기 포석으로 우호지분을 꾸준히 늘려 경영의 안정화를 이루어가겠다는 포석이다.

여론은 이미 기울어진 마당

이런 와중에 가운데 한진칼 직원들도 '한진칼 주식 10주 사기 운동'에 나섰다. 24일 항공업계에서 전한 소식을 보면 최근 대한항공 사내 익명게시판 '소통광장'에 '나도 주주다'라는 작성자가 "한진칼 주식 10주 사기 운동 제안합니다"라는 제목의 글을 올렸다.

이 작성자는 "조원태 회장의 한진칼 우호지분과 3자 연합의 지분 비율이 38.26%대 37.08%"라며 "적당히 차익이나 챙겨서 엑시트(투자금 회수)하려는 투기꾼인 줄 알았는데 이제 보니 그런 정도가 아니다"라고 우려했다. 작성자는 "오로지 차익 실현이 목적인 투기 세력, 유휴자금 활용처를 찾던 건설사, 상속세도 못 낼 형편이었던 전 임원. 이들의 공통분모는 그저 돈, 돈일 뿐"이라며 "이런 사고방식을 가진 이들이 회사에 오면 돈이 된다면 사람 자르고 투자 줄이고 미래 준비고 뭐고 없을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에 작성자는 "우리 직원들도 한진칼 주식을 단 10주씩이라도 사서 보탬이 되자"며 "우리 국민이 IMF 당시에 금 모으기 운동으로 나라 구하기에 동참했던 것처럼 우리도 한번 해보자"고 제안했다.

결과를 공개하지 않았기에 내용을 깊이 있게 알 수는 없지만 상당수의 직원들이 적극 공감하며 한진칼 주식 사기 운동에 동참하겠다는 댓글을 달았다고 전한다. 조원태 회장으로서는 든든한 우군이 생긴 셈이다. 이제 한진칼 내부 분위기는 조원태 회장 지지로 기울었다는 평가도 나오고 있다.

이에 앞서 21일에는 한진칼 내에서 상무 이상의 임원을 지내고 퇴직한 500여명으로 구성된 전직임원회도 "조원태 회장을 중심으로 한 현재의 전문경영진을 전폭적으로 신뢰하고 지지한다"는 성명을 낸 바 있다.

재계는 이 경영권 분쟁에서 사실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이 이미지 싸움에 진 것이나 마찬가지라는 분석을 내리고 있다. '땅콩회항'으로 그룹 이미지를 실추시킨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에 대한 반감이 곳곳에서 표출되고 사내 조직원들이 강력하게 반발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편 앞서 지난 2월 14일 대한항공 노조는 "3자 동맹은 허울 좋은 허수아비 전문경영인을 내세우고 자기들 마음대로 회사를 부실하게 만들고 직원들을 거리로 내몰고 자기들의 배만 채우려는 투기자본과 아직 자숙하며 깊이 반성해야 마땅한 조 전 부사장의 탐욕의 결합일 뿐"이라고 비난하는 성명을 냈다.
그보다 앞서 지난 17일에는 대한항공 노조와 ㈜한진 노조, 한국공항 노조 등 한진칼 노조 3곳이 공동 입장문을 내고 3자 연합을 비난하며 조 회장에 대한 지지 의사를 밝힌 바 있다.

이 상태로 반 조원태 측이 경영권을 잡는다 해도 정상적인 경영의 리더십을 발휘하긴 어렵다.
그렇다면 반 조원태 측은 왜 이렇게 가처분 신청이라는 초강수까지 두어 가면서 분쟁의 피치를 올리는 것일까?

재계는 경영권 분쟁의 목표가 이번이 아니라고 보고 있는 듯하다. 반 조원태 측은 경영권 싸움에서 좀 더 앞을 내다보고 임시주총이나 다음 주총에서도 얼마든지 뒤집을 수 있다고 판단하는 것 같다는 것이다.

지금은 당장 여론과 표 대결에서 다소 불리하지만 우선은 주총을 순조롭게 끌고 가고 싶어 하는 현 회장측으로부터 더 많은 양보를 얻어낼 수 있고,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확산으로 갈수록 어려워질 것이 분명한 한진칼의 앞날에 대해 부정적인 이미지가 형성될 때를 기다리겠다는 의도가 숨어 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그러나 외부 여론은 이런 분쟁 자체를 긍정적으로 보고 있지는 않은 분위이기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같은 초유의 비상 상황이 벌어지고 있는데 내부 분란이 일어난다는 것은 기업의 미래를 위해서도 분명 좋지 않은 일이라는 것이다. 힘을 합해도 해결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분란을 일삼는 행태는 그야말로 해사행위라는 주장이다.

재계 원로들은 한국의 하늘 문을 처음 연 한진칼의 미래를 위해 서로 합의하에 안정적인 경영이 이루어지길 간절히 기대하고 있다.

이상엽 기자 sylee@techholic.co.kr

<저작권자 © 테크홀릭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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