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크홀릭] 우리나라 기업 가운데 AI(인공지능) 분야에 가장 먼저 뛰어들면서 소기의 성과를 거둔 곳이 LG그룹이다. LG그룹은 구광모 회장의 집중과 선택 전략에 힘입어 AI 분야에서 엑사원이라는 걸출한 인공지능을 선보인 바 있다.
배경훈 LG AI연구원장이 이 연구원에 재직하면서 만든 엑사원 3.5는 지난 4월 미국 스탠퍼드대 'AI 인덱스 보고서 2025'에 주목할 만한 글로벌 AI로 한국 모델 유일하게 포함됐다.
글로벌 시장에도 통할 초거대 인공지능의 열매를 LG그룹이 시장에 내놓을 수 있게 된 것은 그만큼 그룹 내 저변 기술과 인프라가 받쳐줄 정도로 실력이 성장한 것임을 보여준다,
배경훈 과기처장관 후보자의 K-AI(인공지능)’ 드림 픽쳐
그룹에서 가장 깊이 인공지능을 연구해 오던 배경훈 원장이 새 정부 과기처장관 후보에 오른 것은 LG그룹에도 우리나라 과학기술계에도 큰 경사로 받아 들여진다.
그룹이 추구해 온 AI에 대한 방향성과 대한민국의 AI 방향성이 맞아떨어진 것은 그동안 그룹의 연구가 헛되지 않은 것임을 보여주는 증거다. 이는 정부의 ‘소버린(국가주권형) AI’ 정책에 발맞추면서 회사와 국가가 동반자로서의 입지를 강화해 나갈 수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배 장관 후보자는 광운대에서 전자물리학과 학·석·박사 학위를 마친 뒤, SK텔레콤과 LG전자에서 AI(인공지능) 분야 경력을 쌓으며 자신의 실력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이후 LG AI연구원 초대원장으로 들어가 초거대 AI ‘엑사원(EXAONE)’ 개발을 주도해 온 업계 대표 전문가이자 기술통으로 평가받아 왔다.
그를 통해 이재명 대통령이 직접 강조해온 인공지능을 활용한 인프라구축과 기업 기술계의 디지털 생태계 전환 등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전망이며 LG그룹이 가져갈 열매도 풍성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구광모 회장은 미래 먹거리 시장 확보와 전략 산업 성장에 대한 투자와 사업 확장을 독려하고 있는 상황이기에 이번 내각 발탁이 주는 긍정적인 메시지는 실로 크다고 할 만하다.
시장도 긍정적인 반응이다.
LG그룹의 각 계열사들 주가가 동반 우상향하는 추세이며 전반적인 그룹 분위기도 고무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배터리합작법인 설립으로 시장 공략 박차
글로벌 배터리 시장은 전기차 캐즘으로 인해 기대보다 성장하지 못하고 있지만 LG그룹은 미래지향적인 투자를 통해 시장을 견인하고 있다.
LG그룹과 토요타그룹이 미국 배터리 리사이클링 부문에서 협력을 시작한 것이 그 예이다.
지난 19일 그룹 배터리 전문기업 LG에너지솔루션은 일본 토요타그룹 무역상사 토요타통상과 미국 내 리사이클 합작법인을 설립한다고 발표하며 배터리 리사이클 시장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LG엔솔과 토요타통상이근 ‘배터리 리사이클 합작법인 계약 체결식’을 통해 미국 노스캐롤라이나주 윈스턴 세일럼(Winston-Salem) 지역에 배터리 리사이클 합작법인 ‘GMBI를 설립키로 합의한 것은 리사이클 시장이 그만큼 중요해졌기 때문이다.
합작법인 GMBI는 사용 후 배터리 및 배터리 제조 과정에서 발생하는 공정 스크랩을 안전하게 파쇄 및 분쇄해 ‘블랙 매스(Black Mass)’를 생산하는 전처리 전문 공장으로, 연간 처리 능력은 최대 1만3500톤, 연 4만대 이상의 규모의 전기차 사용 후 배터리 및 스크랩을 처리할 수 있는 용량이다. 이 합작공장은 올해 하반기에 착공, 2026년 하반기에 본격 가동을 시작한다.
배터리 시장을 계속 공략하면서도 주변 생태계의 수익 가능한 요소를 열매로 거두어들이겠다는 전략이다. 이를 통해 GMBI는 LG엔솔 미국 공장의 토요타향 배터리 생산 과정에서 발생하는 공정 스크랩, 토요타통상에서 수거한 북미 지역 사용 후 배터리 및 스크랩 등을 활용해 블랙 매스를 생산할 예정이다.
블랙매스는 전기차 배터리, 스마트폰 배터리, 노트북 배터리 등 우리가 일상 속에서 매일 사용하는 배터리 속 숨은 다이아몬드를 일컫는 것으로 리튬, 코발트, 니켈 등의 핵심 원료를 추출하는 데 쓰이는 중간 가공물이다.
따라서 생산된 블랙 매스는 별도의 후(後)처리 공정을 통해 리튬, 코발트, 니켈 등 메탈로 추출되고, 양극재 및 배터리 제조 공정을 거쳐 토요타 자동차의 전기차 배터리로 최종 재활용된다.
또 최근 LG에너지솔루션은 체리기차와 6년간 총 8GWh 규모의 46시리즈 공급계약을 체결했다. 국내 배터리 회사 중 중국 완성차 업체에 대규모로 원통형 배터리를 공급하는 것은 LG에너지솔루션이 처음이다.
내년 초부터 본격 공급을 시작할 예정이며 체리기차의 주력 모델에 탑재될 예정이다. 8GWh는 약 12만대의 전기차에 장착할 수 있는 규모.
구광모 회장 배터리 미래성장 기회 지속
구광모 그룹 회장은 지난 정기주주총회에서 “배터리 산업을 미래 국가 핵심 산업이자 LG그룹의 주력 사업으로 반드시 성장시킬 것”이라며 배터리 사업 육성의지를 계속 강조한 바 있다.
그룹의 방향성은 배터리 시장에 대한 지속적인 연구 개발과 시장 확장임이 분명한 것이다.
이미 구 회장은 최근 인도네시아를 찾아 배터리와 가전 생산 현장을 점검하고, 현업의 인력들을 독려하고 배터리 핵심 광물 보유국에서 LG그룹의 장기적 성장 기회를 지속적으로 발굴하려는 강력한 의지를 드러냈다.
이 자리에서 구 회장은 LG에너지솔루션과 현대자동차그룹이 합작·설립한 'HLI그린파워'의 전기차 배터리셀 생산라인을 둘러보며 LG만의 차별화된 배터리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도록 집중해 줄 것을 당부하는 한편 전기차 캐즘 돌파를 위한 파트너와 연대와 협력도 역설했다.
구 회장의 배터리 시장에 대한 열정은 2022년 10월 폴란드 브로츠와프 배터리 공장 방문, 미국 오하이오 LG-GM JV 얼티엄셀즈 제1공장 방문, 2023년 4월 청주 배터리 양극재 공장방문, 24년 6월 미국 테네시 LG-GM JV 얼티엄셀즈 제2공장 방문, 그리고 이번 인도네시아 방문으로 계속 이어지고 있다.
LG그룹은 장기화하고 있는 석유화학 불황과 전기자동차 캐즘(일시적 수요 둔화)의 여파가 발생하고 있지만 미래 먹거리 산업에 대한 준비가 소홀해지면 더 어려워질 수도 있다고 보고 있다. 그룹의 경영진은 배터리 시장이 지금은 어려워도 조만간 반등이 시작될 것이고 이는 미래의 LG그룹을 먹여 살릴 핵심 사업이 될 것으로 판단하는 상황으로 보인다.
각사별 전환 전략
한편 LG전자는 집중과 선택을 보여주고 있다. 당장 전기차 충전기 사업은 접기로 하고 성장세가 계속 이어지고 있는 냉난방공조(HVAC) 사업에 자원을 집중키로 했다. 특히 가정용·상업용 에어컨과 칠러, 히트펌프, 데이터센터 냉각 솔루션 등 HVAC 사업에 집중한다.
공기조화기술(空氣調和技術)로도 불리는 HVAC(heating, ventilation, & air conditioning)는 난방, 환기, 냉방 즉 이들을 통합하여 실내 및 자동차 환경의 안락을 위해 쓰이는 기술로 미래 산업에 어울리는 분야다.
또 LG CNS는 최근 미국 AI 로봇기업 ‘스킬드 AI(Skild AI)’와 국내 최초로 전략적 협력 계약을 체결했다. 스킬드 AI는 AI 로봇 기업으로 핵심 기술은 로봇의 행동을 결정하는 두뇌 역할을 하는 로봇 파운데이션 모델(RFM)이다.
이 모델을 통해 이미지, 텍스트, 음성, 영상 등 대량의 데이터를 학습해 로봇이 자율적으로 탐색하고, 물체를 조작하고, 주변 환경과의 상호작용이 가능하도록 하는 고도화된 작업이 가능하기에 이 역시 미래산업의 주축으로 각광받고 있는 분야다.
한편 LG디스플레이는 새 정부 출범 후 첫 투자로 OLED 신기술 확보에 1조2600억원을 투자하기로 의결했다. 7000억원은 경기도 파주 사업장 내 OLED 신기술 설비 투자, 나머지 5600억원은 베트남 OLED 모듈 공장에 투입하게 된다. LG디스플레이 중국 광저우 매각 대금을 활용한 투자 계획이다.
증권가에선 LG그룹이 정부 정책 방향에 발밪춘 대규모 투자를 계속 하고 있어 미래 산업에 대한 견인차 역할을 지속적으로 해내게 될 것으로 기대하는 분위기이다.
![]() |
이상엽 기자 thtower1@techholic.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