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크홀릭] 흑연은 글로벌 전지 시장에서 대단히 전략적인 상품으로 분류된다. 흑연은 제철, 내화 및 주물에 널리 쓰이며, 그 외에도 전지, 탄소부품, 윤활제, 분말금속 등에 쓰인다. 또 원자로용의 흑연포일, 공업용 액체, 자동차, 고순도 내화 벽돌, 윤활제, 가탄제 등에도 사용된다. 특히 친환경 산업으로 넘어가는 현재의 2차 전지 소재 시장에서 흑연을 보유한 국가는 강력한 힘을 갖게 된다.
우리나라는 지난 2008년 전지용 흑연 수입의 90%를 일본에 의지했지만 중국이 전지용 흑연 생산에 본격적으로 뛰어들면서 가격이 싼 중국산 수입을 크게 늘려 왔다. 값이 싼 시장을 얻은 결과 한국 시장에서 중국산 전지용 흑연의 점유율은 기하급수적으로 높아졌다.
결과적으로 중국의 독점적 지배를 당하는 처지가 돼 소재 자급전략에 심각한 적신호가 울리고 있는 셈이다.
중국은 브라질에 이어 가장 많은 흑연이 매장된 국가로, 전 세계 흑연 생산의 70%를 차지(일부 통계는 85%)하고 있다. 인조흑연 기술력을 갖춘 상하이산산(上海杉杉)과과 대규모 천연흑연 광산을 보유한 BTR이 음극재 시장 1, 2위를 차지하고 있다. 상하이산산과 BTR은 음극재 산업에서도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 중국의 강력한 자원무기 업체인 셈이다.
그러나 반전이 일어나고 있다. 이러한 자립도 부족의 곤경을 헤쳐나갈 천군만마 같은 기쁜 소식이 들려왔다.
포스코인터내셔널의 흑연 자립 노력 쾌거
장인화 회장이 이끄는 포스크그룹 포스코인터내셔널이 호주계 광업 회사인 블랙록마이닝에 유상증자 방식을 통해 4000만 달러(약 536억 원)를 투자하기로 하면서 흑연 자립에 청신호가 켜지고 있다. 이는 포스코인터내셔널이 2차전지와 철강·시멘트 등에 쓰이는 산업용 흑연을 추가 확보하기 위한 조치다. 이 조치로 포스코그룹은 전기차 연 126만대에 공급할 수 있는 흑연량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포스코인터내셔널은 지난 3일 호주 퍼스 크라운타워스에서 열린 제45차 한-호주 경제협력위원회 합동 회의에서 이 같은 내용의 계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체결식에는 정인교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을 비롯해 매들린 킹 호주연방 자원부 장관, 장인화 포스코그룹 회장, 이계인 포스코인터내셔널 대표이사 등이 참석해 양국의 뜨거운 관심사를 보여주었다.
장인화 포스코그룹 회장은 철강과 비철강 중에서 이차전지소재 등 그룹 주력 사업 현안 점검하고 경영 구상에 매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왔는데 이번 계약으로 중국에 쏠려 있던 흑연 수입 심화가 상당히 개선될 것으로 기대하는 모습이다.
중국은 지난 해 말부터 전기차 배터리 핵심 원료인 천연 흑연 수출 통제를 시행하면서 자원부족국가들을 상대로 갑질을 계속하고 있다.
중국은 이미 지난 해 10월부터 중국 상무부와 해관총서(세관)는 ‘흑연 관련 항목 임시 수출 통제 조치의 개선·조정에 관한 공고’를 발표하고 고순도(순도 99.9% 초과)와 고강도(인장강도 30Mpa 초과), 고밀도(밀도 ㎤당 1.73g 초과) 인조흑연 재료와 제품, 구상흑연과 팽창흑연 등 천연 인상흑연과 제품의 수출을 통제한다고 밝힌 바 있다.
흑연 자립도 강화, 중국 의존 심화에 브레이크 걸어
흑연은 이차전지배터리의 음극재에 사용되는 핵심소재로, 이차전지의 양극에서 나온 리튬이온을 저장했다 방출하면서 전류를 흐르게 하는 역할을 한다. 따라서 2차전지 사업에서 가장 핵심 기능을 맡을 흑연 수입과 생산은 국가적으로도 대단히 중요한 사업이다.
포스코 그룹은 이 같은 중국의 지나친 수출 통제와 갑질을 피하고 흑연 자립도를 높이기 위해 흑연 수입경로를 다변화하는 노력을 계속해 왔다.
포스코의 장인화 회장은 이미 수년 전부터 흑연 자립에 관심을 갖고 조용히 수입원 다변화를 추진해 온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 결과 장 회장은 지난 6월 초 사미아 술루후 하산 탄자니아 대통령과 광물협력을 주제로 회동했는데 이는 핵심 배터리 광물을 보유한 탄자니아와 광물 협력을 통해 안정적인 공급망을 확보하기 위한 미팅이었다.
탄자니아는 튬, 코발트, 니켈, 흑연 등 배터리 제조에 필수적인 핵심 광물을 모두 보유한 곳으로 포스코그룹의 전기차 배터리 밸류체인 확보에 있어 가장 중요한 국가 중 한 곳으로 평가된다. 특히 지난 4월은 탄자니아 연방 합병 60주년 기념과 한국과 수교 32주년이 되는 달이라 양국의 교류와 경제협력이 지속적으로 강화되고 있는 분위기이다.
포스코그룹은 이번 계약을 통해 아프리카 탄자니아의 마헨지 광산을 소유한 블랙록마이닝 지분 총 19.9%를 보유하게 됐다. 이에 앞서 포스코홀딩스가 2021년 블랙록마이닝 지분 15%를 확보한 데 이어 이번에는 포스코인터내셔널을 통해 지분 비중을 늘려 흑연 자립과 탈중국 목표를 한번에 거두게 된 것이다.
마헨지 광산의 흑연 매장량은 약 600만 톤으로 세계 2위 규모. 포스코인터내셔널은 이미 지난해 블랙록마이닝의 자회사인 탄자니아 파루 그라파이트에 1000만 달러(약 134억 원)를 투자해 25년간 75만 톤의 천연 흑연을 공급받는 계약을 체결했으며 향후 2차 계약을 통해 추가로 연 3만 톤의 흑연을 확보하겠다는 계획이다.
포스코인터내셔널은 천연흑연 초도 공급을 시작으로 친환경차 산업 확장에 대응해 이차전지 원료부문의 사업을 확장해 나간다는 전략을 밝히고 있다.
장인화 회장의 뚝심
포스코그룹은 지난 3월 장인화 회장이 취임한 후 2차전지 사업 강화와 핵심 자립에 매진하는 모습이다, 특히 2차 전지 캐즘으로 업계가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시장은 어차피 2차전지 시장의 확대가 불가피한 상황이다. 이에 장 회장은 2차전지 풀밸류체인 구축 전략을 공격적으로 실행하며 투자를 강화하고 있다.
장 회장은 전기차 캐즘이라는 위기 상황이 기회라는 인식을 갖고 있다. 이 시기에 리튬 염호·광산 등 우량 자산을 적극적으로 확보하고 공급원을 다변화한다는 전략인 셈이다.
포스코 그룹은 이번 탄자니나 공급원 확보 외에도 아프리카 모잠비크, 마다가스카르 등에서도 흑연 개발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철강 산업도 회복세를 노리고 있다.
지난 7월 25일 포스코홀딩스는 올 2분기 연결기준 매출 18조 5,100억 원, 영업이익 7.520억 원, 순이익은 5,460억 원의 실적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전년 동기 대비 매출액과 영업이익은 각각 8%, 43.3% 감소한 반면, 전분기 대비 매출액과 영업이익은 각각 2.5%, 29% 증가했다. 시장은 어렵지만 하반기 반등을 기대하는 분위기이다.
포스코홀딩스는 비록 철강 산업이 최근 중국 중국의 내수경기 부진과 국내 건설경기 침체로 인해 어려운 상황이지만 원가절감 노력과 건설 경기 반등을 기대하고 있어 곧 회복국면에 접어들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포스코홀딩스는 위기 상황 속에서 투자 속도를 조절하고 재무 리스크 관리에 돌입한 상황이다. 내부 관계자에 따르면 현재 보유 현금을 늘려 투자 재원을 비축하고 불확실성에 대비하는 전략을 구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한편 장 회장은 어려움 속에서도 철강을 기반으로 성장의 두 기둥의 한 축인 2차전지 소재 산업에도 투자를 늘리며 국가기간산업의 글로벌 경쟁력 강화에 기여하는 사업을 지속 발굴할 계획이다.
장 회장의 이런 역발상의 움직임은 리튬 등 이차전지 원료 가격이 하락하면서 광산 관련 투자를 철회하거나 속도조절하는 글로벌 업계 분위기와는 반대 흐름을 보인다.
이에 대해 금융업계는 포스코의 2차전지 투자 강화는 저점에서 공격적인 경영을 통해 유리한 고지를 차지하겠다는 발상이라면서 수년 내로 시장 회복세가 일어날 때 강력한 선발주자로 일어설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흑연과 동박 쌍끌이 소재산업 강화
한편 흑연만큼 2차 전지사업에서 중요한 소재가 바로 동박이다.
따라서 포스코인터내셔널은 흑연 외에도 동박원료 공급사업에 힘을 기울이고 있으며 나아가 폐배터리 재활용사업 등도 동시에 추진하고 있다.
동박은 2차전지 음극집전체에 사용되는 소재로 포스코인터내셔널은 동박원료 공급에 있어 국내 최대 공급사로 평가된다.
업계에 따르면 포스코인터내셔널은 중동, 동남아미국 등 전세계 80여개 파트너사를 보유하고 있으며 북미와 유럽 등에 생산기지를 건설하는 계획안도 추진중인 것으로 알려져 가까운 시일내 긍정적 결과가 나타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장인화 포스코그룹 회장(사진=포스코) |
이상엽 기자 thtower1@techholic.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