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크홀릭] 이한준 사장이 이끄는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환골탈태하는 변혁의 중심에 서서 국민과 주택 시장의 신뢰를 한 몸에 받기 시작했다. 한 때 임직원 땅 투기, 부실시공 등으로 여러 가지 어려움을 겪었지만 이한준 사장이 2022년 11월 LH 6대 사장으로 취임하면서 2년도 채 되지 못한 현 시점에 뼈를 깎는 혁신의 노력을 계속한 결과, 국민적 기대가 커지고 신뢰도 회복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처음 이한준 사장이 취임하자 업계에서는 전문 학자 출신 이한준 사장이 이 복잡하고 어려운 문제들로 얽힌 LH를 제대로 경영할 수 있을지를 의심하는 목소리도 있었다. 그도 그럴 것이 이 사장은 도시공학과 교통 분야의 전문가로 평가되어 왔기 때문이다.
그러나 사실 이 사장은 한양대 도시공학과와 대학원에서 석사학위, 홍익대 대학원에서 박사학위를 받았고 한국교통연구원 부원장과 경기도지사 정책특별보좌관, 경기주택도시공사(GH) 사장을 지내며 현장과 학문의 간극을 깊이 연구한 전문가로 통하고 있었다.
특히 2006년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 사업을 처음 기획 설계했고 2008년 GH 사장을 맡아 경영난에 빠졌던 GH 신용등급을 AAA로 끌어올리는 등 어렵고 힘든 현장에서 성과를 내는 특별한 리더십과 노하우를 선보인 바 있었다. 그가 펼친 사업 가운데 특히 눈길을 끄는 사업으로는 광교·다산신도시 사업, 평택 삼성전자 유치, 판교 테크노밸리 정상화 등으로 손꼽을 수 있다.
이한준이 이끄는 혁신문화
이한준 사장은 지난해 8월 전관예우 근절, 부동산투기 행위 방지, 성과 중심 인사체계 개편을 포함한 혁신계획안을 내놓으며 임직원들에게 뼈를 깎는 고통과 체질 개선을 요구했다.
사실 이런 문제는 국토부 산하 공사들의 공통적인 어려움이기도 했다.
전국 규모로 드러난 전세사기 사태에 따른 대규모 보증사고와 부동산 통계조작, 아파트 철근 누락, 철도 사고, 부동산 PF(프로젝트 파이낸싱)사태 등은 산하 공사나 기관 연구소들에 대한 신뢰를 좀 먹어온 것이 사실이었다.
이제 이한준 사장은 지난해부터 “근본을 다져 국민의 신뢰를 회복하자”는 평범하고 원칙적인 선언을 내놓고 임직원들의 혁신적 태도 변화를 촉구했다. 올해 들어서는 기술책임 혁신과 품질관리 혁신, 건설풍토 혁신, 인적자원 혁신, 디지털DX 혁신 등 5개 부문 44개 과제를 담은 ‘건설 혁신방안’을 발표하면서 공사 전반의 내부적 혁신을 요구했다.
그 와중에 결코 쉽지 않을 것 같던 공사 내 분위기가 바뀌기 시작했고 임직원들도 현재 계속해서 변화의 물길을 받아들이는 모습이다. 임직원들이 변하고 있는 것은 이 사장의 소통 방식이 탑에서 내려오는 하향식에 머물러 있지 않고 바텀업의 상향식 소통을 취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있다.
특히 지난 5월 있었던 ‘LH 2030 청년소통단’에서의 소통 방식은 이 사장이 소통에 얼마나 관심을 갖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중요한 전기가 되고 있다. ‘LH 2030 청년소통단’은 CEO와 2030 직원 간 소통 강화를 위해 사회초년생 저연차 직원부터 주말부부, 다자녀 가구 등 다양한 청년 직원들로 구성된 내부 단체로 알려져 있다.
이한준 LH 사장이 지난 5월 20일 경남 진주시 LH 본사에서 청년 직원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사진=LH) |
시장의 화답과 우호적 분위기
전세 사기의 후유증이 여전한 가운데 지난달 서울 성북구 석관동에 위치한 5층 신축 빌라 ‘아이유하임’의 입주 경쟁률은 75대 1로, 웬만한 아파트 청약 못지 않은 인기를 끌었다. 15가구를 대상으로 실시한 일괄 전세 모집 결과 모두 1117건이 신청된 것으로 집계됐다. 전세 사기 여파로 인해 기대가 없었던 터라 더 놀라운 일이었다..
주택업게에서는 이번 흥행 성공은 한국토지주택공사(LH)에서 운영하는 ‘든든전세’ 물량이라는 점이 크게 작용한 것로 보고 있다. 든든전세는 LH와 주택도시보증공사(HUG) 등 공공에서 매입해 전세로 공급하는 물량으로 주변 시세의 90% 수준에 최대 8년까지 거주할 수 있다. 신축 전세라는 장점까지 있지만 든든전세여서 전세금은 2억8000만~3억1000만원 수준에 형성됐다. 공공 물량이어서 전세금을 떼일 염려가 없다는 점도 수요자들로부터 인기를 끄는 이유가 됐다.
LH에 따르면 지난 6월 첫 공급을 시작한 든든전세 브랜드의 전국 평균 경쟁률은 21대 1에 달한다고 한다. LH에 대한 국민적 기대감이 과거와 달라지고 있는 모습이다. 서울시는 188가구 공급에 1만9000명가량이 몰려 경쟁률로 보면 101대 1의 초 경쟁상황이다. 서초구 소재 주택은 경쟁률이 900대 1에 이른다.
이 정도로 분위기가 반전되자 든든전세 확대가 계속되고 있다. 당장 LH는 올해부터 내년까지 1만8000가구의 든든전세를 공급한다. 덧붙여 HUG가 공급할 물량(1만6000가구)을 더하면 2년간 3만4000가구의 물량이 풀린다. 정부는 2025년도 예산안에서 내년도 든든전세 공급용 예산으로만 8727억원을 신규 편성했는데 입법부의 관심이 커서 무난히 통과될 것으로 예상된다.
한편 든든전세는 무주택자를 대상으로 한 만큼 실수요자에게 보다 많은 혜택을 주고 다자녀일수록 가산점을 준다. 전세 모집 시 자녀가 3명 이상이면 3점, 2명이면 2점, 1명이면 1점의 가점이 주어진다. 2세 이하 신생아일 경우 가점이 1점 더 추가된다.
이한준 사장은 예산과 인원을 집중하여 서울의 경우 비아파트 공급이 정상화될 때까지 무제한 공급을 추진할 계획이다.
전세사기 특별법 통과로 후방 지원
한편 28일 전세사기특별법(전세사기피해자지원 및 주거안정특별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개정안은 전세 사기 피해자 인정 범위를 확대하고 해당 주택을 피해자에게 공공임대로 최대 20년간 제공하는 내용이 핵심이다.
이번에 여야 합의로 처리된 개정안은 정부·여당의 안대로 피해자들이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낙찰받아 공공임대주택 형태로 제공하는 피해주택에서 기본 10년 동안 거주할 수 있도록 했고 더 거주하기를 원하면 일반 공공임대주택 수준의 임대료를 내고 10년간 추가로 거주할 수 있다. LH의 책임이 더 커졌다.
한편 피해주택에 거주하기를 원치 않으면 경매 차익을 받고 퇴거하거나, LH가 직접 전세 계약을 맺은 민간 주택을 임대하는 '전세 임대'를 선택할 수도 있다.
이날 통과된 전세사기 특별법 개정안을 통해 전세사기 피해자의 주거비 부담은 낮추고 주거안정은 대폭 강화될 것으로 기대되는데 그 핵심에 LH공사가 서민주거 안정의 책임을 맡았다.
또 법 개정 이전에도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현행 규정에 따라 피해주택을 적극 매입할 수 있도록 한다. 개정안 시행 시 경매차익, 무상거주 임대료 지원 등을 소급해 적용할 수 있도록 부칙 규정도 마련했다.
또 전세사기 피해주택의 경우 법원의 감정가를 활용하지 않고 LH에서 감정평가를 다시 한다. 특히 감정가는 LH가 아닌 전문가인 감정평가가사가 정하는 것으로 평가사 선임 과정에 피해자가 참여할 수 있도록 하는 등 감정평가사협회와 함께 공정하고 투명한 감정가 결정 절차를 만들 계획이다.
한편 LH는 올 하반기 15.3조원 공사·용역을 발주하면서 침체된 건설‧부동산 경기를 부양하는데 앞장 서고 있다. LH는 올해 공사·용역 발주 규모를 18조2000억원으로 확정했으며, 하반기 총 15조3000억원을 발주하는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또한 민간 건설경기 활성화를 위해 하반기 15조3000억원을 발주하며, 그중 9조4000억원을 공공주택 건설공사 분야에 발주해 주택공급 확대를 통한 부동산 시장 안정에 집중할 계획이다.
이한준 LH 사장은 “연내 3기 신도시 1만 호를 포함한 공공주택 5만호 착공을 차질 없이 이행할 계획”을 밝히고 있다. 또 내년에는 공공주택 6만 호 착공을 목표로 하고, 빠르면 내년 상반기에 착공할 수 있도록 올해 하반기부터 발주에 착수하는 등 시장 회복과 안정을 위해 LH가 앞장설 것임을 밝히고 있다.
이상엽 기자 thtower1@techholic.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