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크홀릭] 만성 염증을 앓아 온 카카오 그룹의 곪은 상처들이 터져나오는 상황이 벌어지기 시작했다.
카카오 그룹의 콘트롤 타워 역할을 맡았던 총수 김범수 경영쇄신위원장이 시세조종 혐의로 구속되면서 그룹사들의 시가총액이 하루 만에 1조7000억원 넘게 증발했다.
업계에서 흘러나오는 이야기들 속에는 검찰이 카카오의 비공식 회의체인 투자심의위원회(투심위)에서 SM엔터테인먼트(SM엔터) 주식 장내 대량 매집 안건이 만장일치로 통과하는 데 김범수(58) 경영쇄신위원장의 승인·공모가 있었다는 정황을 확보했다는 내용도 나온다.
재판에서 중형이 떨어질 가능성까지 거론되는 상황이다. 심지어 어떤 언론이나 증권가에서도 무혐의로 풀려날 것이라는 추측조차 뜨지 않고 있는 상황. 한 마디로 우군이 하나도 없고 대중매체의 분위기마저 싸늘하다,
시세조종 공모 했나에 관심
25일 검찰측에서는 “투심위 논의 및 만장일치 의결 과정 등 2월 28일 김 위원장이 시세조종에 공모한 관련 증거를 확보했다”는 이야기가 흘러나오고 있다.
지난 23일 구속된 김 위원장은 투심위 회의 전후 상황을 중심으로 공모 혐의를 집중적으로 추궁받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카카오가 SM엔터 주식을 장내에서 매수한 행위가 시세를 고정하거나 안정시킬 목적이라고 추측하는 한편, 그 과정에서 김 위원장의 사전 인지와 개입이 있었다고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는 모습이다.
증권가에서 오너 리스크를 이야기하는 기업들이 몇 군데 있는데 그 중에서도 항상 상위에 랭크되는 곳이 카카오 그룹이다.
이런 오너 리스크는 검수의 위원장이 자초했다는 분석이 주류를 이룬다.
이미 그동안도 스톡옵션 먹튀 논란, 데이터센터 화재 등 별의별 악재를 겪어오던 카카오는 위기 때마다 김범수 위원장에 대한 책임설이 꾸준히 제기돼왔다. 사실 김 위원장은 '문어발식 경영'으로 골목상권을 침해한다는 비판에서도 전혀 자유롭지 않다.
지난 2월은 하이브가 SM엔터 주식을 공개매수한 시기(2월 10일~3월 1일)였다. 이 시기에 검찰이 주목하는 이유는 SM엔터의 비정상적 주가 변화 때문이다. 당시 주식 종가 변화 추이를 보면 2월 1일 8만 6700원을 기록하다가 보름이 지난 2월 16~17일에는 13만원대까지 올랐다. 주식 시장에선 드문 일은 아니지만 SM엔터의 경영상황이 이 정도 급상승을 끌고 갈 여지는 없어 보였기 때문이다, 이상 주가는 3월 중순까지 유지됐다.
금융감독원에서도 SM엔터 시세조종을 들여다보다가 이상하다는 판단을 내리고 검찰에 이첩했기 때문에 모든 상황이 김범수 위원장에게 불리한 것이 사실이다.
이미 김범수 구속설은 재계나 증권가에선 기정 사실화되고 있었다.
검찰은 지난 2월과 3월 김 대표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했지만 법원에서 기각됐다.
영장이 기각되긴 했어도 범죄혐의가 없다는 것보다 인신 구속까지 할 필요가 있느냐는 의견과 법리 적용에서 따져볼 것도 있다는 이유가 제기되어 구속은 피했지만 벌써 기울어진 함선에 물이 쏟아져 들어오고 있는 상황이었다.
카카오엔터가 2020년 바람픽처스를 인수하는 과정도 여러 가지 의문점을 불러일으켰다. 김성수 당시 카카오엔터 대표와 이준호 당시 투자전략부문장이 바람픽처스에 시세 차익을 몰아줄 목적으로 비싸게 매입·증자했다는 것이 의혹의 핵심이었다.
콜 몰아주기 사건도 김범수에게 불리하게 작용하고 있다. 카카오모빌리티가 알고리즘을 조작해 자사 가맹 택시인 ‘카카오T 블루’에 승객 호출을 선점할 수 있도록 했다는 혐의다. 이 부분도 검찰이 들여다보고 있다.
이미 공정거래위원회는 이 사건으로 카카오모빌리티에 270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했고, 중소벤처기업부의 요청에 따라 검찰에 고발했다. 검찰은 지난 2월 사건을 남부지검 금융조사1부로 배당해 계속 수사 중이다.
이에 대해 김 위원장 측에서는 “현재 받는 혐의는 사실이 아니다. 어떤 불법 행위도 지시하거나 용인한 적 없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문제의 핵심은 김범수의 정실인사?
증권가에선 김범수 위원장의 경영 자질을 의심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그룹 상황이 불안하고 여기저기서 김범수 위원장의 퇴지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는데 정작 자신은 경영권을 놓고 싶지 않아 쇄신을 한다면서 쇄신 인사들을 자신이 신임하는 인물들로 채우고 있는 상황이다.
업계에서는 카카오 내부에 김 위원장에게 바른 소리를 할만한 2, 3대 주주가 없는 상황이 문제라고 보고 있다. 카카오의 지분은 김범수 위원장이 사실상 독식하고 있는 구조라 내부에서 자정할 분위기가 조성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학계에서도 회전문식 정실 인사를 지적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먹튀 논란의 인사를 데려오는 일까지 벌어졌다. 이런 정실 인사는 김범수 위원장이 스스로 자기 방어벽을 친 결과이다.
법적으로는 김 위원장이 경영 일선에서 물러난 것으로 되어 있지만 아무도 그렇게 믿는 이들이 없다. 그는 2022년 3월 이사회 의장직을 사임하며 경영 일선에서 물러났지만 카카오의 최대주주이자 최종 의사결정권자로 그룹 전반에 영향력을 행사해 왔다.
더 큰 문제는 삼성의 준법감시위원회를 모방해 만든 카카오 경영쇄신위원회이다. 지난해 11월에 '경영쇄신위원회'를 그룹 경영 컨트롤타워인 CA협의체 내에 신설했는데 김 위원장이 직접 위원장을 맡으며 쇄신을 진두지휘하고 있으니 쇄신을 이루어질 턱이 없는 모습이다.
카카오의 단기 수순
카카오는 최근까지 124개 계열군을 거느릴 정도로 커졌다. 147개 기업으로 늘었다가 약간 준 셈이다. 당장은 사내 흐트러진 분위기를 일신하고 적자 기업을 정리하며 AI, 클라우드, 디지털 헬스케어를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삼고 투자를 강화해 나가야 한다.
현재 카카오는 비상경영체제 구축을 선언한 상태다. 미래성장 동력인 인공지능(AI) 사업의 충력 전진과 집중과 선택의 도입으로 계열사 정리 등 해야 할 현안이 산적해 있다. 당연히 정신아 대표이사에 이목이 쏠린다. 그를 중심으로 그룹 협의회를 진행해 김범수 CA협의체 경영쇄신위원장의 공백을 최소화하겠다는 것이 단기 대응책이다.
현재는 정 대표가 한시적으로 경영쇄신위원장을 대행해 그룹 전반을 총괄하기로 했다.
증권가 애널리스트들은 이번 사태의 책임은 구속된 김범수 위원장의 자충수라고 보고 있다.
이에 따라 사업 전반의 개혁을 주도하고 전략적 사고를 할 수 있는 외부 인재 채용과 내부 양성이 필요하며 그동안 보여주었던 문어발식 확장주의를 지양하고 관리가 부재한 신사업 분야를 과감히 재편하며 경영자의 자질이 의심되는 주식 먹튀 같은 실책을 바로잡아 나가야 한다고 충고한다.
금융권 원로들도 김범수 위원장이 풀려나면 독불장군을 벗어나 사내 의견을 소통하고 들어줄 줄 하는 경청의 리더십을 회복하는 노력을 보여야 하며 후계 양성으로 새로운 인물이 이끄는 그룹으로 환골탈태하려는 움직임이 꼭 필요하다고 말하고 있다.
카카오는 7월 18일 김범수 경영쇄신위원장(사진)과 정신아 대표, CA협의체 소속 주요 계열사 CEO 등이 모인 가운데 그룹 현안을 논의하기 위한 임시 그룹협의회를 열었다고 밝혔다. (사진=카카오) |
이상엽 기자 thtower1@techholic.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