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크홀릭] 요즘 완성차 전문가들은 미국 자동차 시장이 춘추전국시대를 맞은 것처럼 등락이 심하고 내연차와 전기차의 각축이 심화되고 있다고 분석한다. 그런 불확실한 시장에서도 미국의 지난 1분기 자동차 판매는 고금리 환경 속에도 5%의 증가세를 유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통의 토요타 자동차가 여전히 미국 시장을 견인한 속에서도 지난달 미국 시장에서 현대차는 판매 성장세를 이어가며 견조한 성장세를 보여주었다.
현대차의 올해 1분기 판매량은 18만4,804대로, 작년 동기(18만4,449대)보다 0.2% 늘었다.
토요타 등 일본 자동차 제조사들이 미국 자동차 시장에서 큰 폭의 판매량 증가를 기록한 만큼 현대차는 상대적인 정체를 보여주지 않을까 예상하는 이들이 적지 않았는데 기대 이상의 성과를 올린 것으로 밝혀졌다.
특히 전기차의 신화 테슬라와 여타 전기차 판매량 증가세가 뚜렷하게 둔화한 것에 비하면 상당한 선방이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미국 전기차 시장은 정체다. 미국 정부가 보급을 독려하고 있지만 신차 시장에서 전기차 비중은 2023년 12월 8% 정점에서 2024년 2월 6%로 떨어졌다.
미국에서 전기차 시장은 트럼프 대통령 후보자의 전기차 경시 발언으로 당분간 어려움을 겼을 것이 분명하다.
또 시장 부진 자체가 미국 전기차 인프라 시장의 부족 때문이며 소비자 심리 저항선이 발동한 것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특히 소비자 입장에서 편의성에 대한 불만이 계속 터져나오고 있는 점은 선결과제로 여전히 남아 있다.
특히 절대 사용량을 차지하는 가솔린에 대비 인프라가 너무도 부족하고 효율적이지도 않다는 문제, 그리고 전기차 배터리에 대한 지속적인 불만이 걸림돌이다.
현대차, 전기차에서도 성장하는 추격자 견지
이에 비하면 현대차그룹의 실적은 탄탄한 신장세를 보여준다. 전기차 시장이 상대적으로 더 좋았다.
친환경차 판매가 크게 늘면서 양사의 판매 실적을 견인했다. 현대차·기아 모두 역대 1분기 중 최다 친환경차 판매다. 현대차는 전년 동기보다 18.7% 증가한 3만6,159대를, 기아는 9.3% 늘어난 2만8,227대를 판매했다. 합계는 14.4% 늘어난 6만4,386대다. 하이브리드차 판매는 5% 줄었지만 전기차 판매가 69.4% 증가했다. 이 역시 상호보완적이다.
현대차와 기아차는 올해 1분기 미국시장에서 합산 판매 37만9,202대를 기록했다. 현대차는 역대 1분기 최대 실적을 달성했다.
현대차는 지난 1분기 미국에서 전년 동기 대비 0.7% 늘어난 19만9,851대를, 기아는 2.5% 감소한 17만9621대를 판매했다. 같은 기간 합산 대수는 0.8% 감소했지만 실적은 괜찮았다. 특히 전기차 부진 속에서 거둔 실적이라 기대가 크다.
기아는 지난해 역대급 실적에 따른 기저효과로 줄어든 것처럼 보이지만 시장 불확실성 속에서 상당한 선방을 한 것으로 봐도 좋다. 현대차는 제네시스를 포함해 역대 1분기 최대 실적을 냈다. 제네시스는 전년 동기 대비 7.3% 증가한 1만4,777대가 팔렸다.
제네시스 돌풍은 기술력과 디자인, 편의성 등에서 강력한 뒷심을 보여주는 부분이 있다.
1분기 미국에서 가장 많이 팔린 현대차 모델은 투싼(4만5, 509대)이었다. 그 뒤를 아반떼(2만6,860대), 싼타페(2만6,094대)가 바짝 쫓고 있다.
한편 기아의 경우 스포티지가 3만7,286대로 선두를 차지했다. K3는 3만3,623대, 텔루라이드는 2만5,578대 판매된 것으로 알려졌다.
전기차 시장 상승 주도
현대차는 기아차와 함께 전기차에서도 상당한 신장을 보여주었다.
마켓워치 등에 따르면 미국 판매 실적을 발표한 자동차 제조업체들은 1분기에만 거의 380만 대의 차량을 판매했다. 하지만 전기차 판매 증가세는 큰 폭으로 둔화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와 달리 현대 기아차는 선방을 기록한 것이다.
두 회사 모두 전기차와 하이브리드 모델 등 친환경차가 실적을 견인했다.
재미있는 것은 두 회사 공히 전기차와 내연차가 한쪽이 부진하면 한쪽이 지지해주는 상호 보완적 역할을 수행하며 실적 부진을 막아주고 있다는 점이다.
기아의 판매량은 1년 전보다 소폭 줄었지만 전기차 판매는 지난 해에 비하면 151% 증가해 부족한 실적을 막아주었다. 했다. 무엇보다 하이브리드와 PHEV를 포함한 전동화 모델 판매가 성장세로 돌아서서 9% 성장했다고 회사 측은 밝히고 있다.
이런 성장세는 테슬라에 비하면 월등한 성장세이다. 테슬라는 지난해 3분기부터 계속 떨어져 내리고 있고 더 떨어지고 있는 중국의 BYD와 함께 전기차 시장 침체를 주도하는 상황이다.
현대차는 전기차와 하이브리드 시장에서 지속적인 기술 개발과 연구 투자로 시장 점유율을 높여가고 있다.
한편 SK증권은 3일 현대차에 대해 1분기 실적이 예상보다 좋을 것으로 전망하면서 투자의견 '매수', 목표주가 29만원을 유지한다고 밝혔다. 윤혁진 SK증권 연구원은 현대차의 1분기 매출액을 전년동기 대비 4.5% 증가한 39조5000억원, 영업이익은 3.7% 증가한 3조7000억원으로 추정했다.
이는 매출액 증가에 따른 긍정적 전망인 것으로 보인다.
판매량 감소에도 불구하고 환율상승, SUV, 하이브리드 차량과 전기차 실적 증가가 뒤따르고 있고 고가의 제네시스 판매가 호조를 보이면서 평균판매단가(ASP)가 상승하는 성장세가 예상되고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UAM 등 신성장 향한 도전 강화
한편 현대차는 전기차 시장 성장과 친환경차 시장 공략을 앞세우는 한편으로 ‘하늘을 나는 자동차’ 등 미래 모빌리티 기업으로의 전환 의지를 강조하고 있다.
현대차는 지난 달 열린 주주총회 현장 입구에 별도 공간을 마련하고 전기차 등에 그치지 않고 미래 모빌리티 기업으로 도약하겠다는 의지를 확실히 하고 있다.
이 자리에선 전기차 아이오닉5를 전시하고 현대차의 미래 항공 모빌리티(AAM) 미국 법인 슈퍼널이 개발 중인 S-A2 기체의 축소 모델, 현대차그룹이 인수한 미국 보스턴 다이내믹스의 4족 보행 로봇 스팟(SPOT)도 함께 주주들 앞에 선보였다.
이런 행보는 현대차의 전기차 경쟁력 강화 추진과 소프트웨어 중심차(SDV)로의 전환을 강조하는 것으로 해석된다. 여기에 현대차그룹의 소프트웨어 계열사인 현대오토에버가 ‘모빌진 어댑티브’ 개발을 완료하고 상용화에 나서면서 본격적인 시장 도전이 시작된 것으로 보인다.
한편 현대차는 지난 2일 국내 3대 신용평가사인 나이스신용평가로부터 AAA를 획득했다. 2020년 4월 AA+를 받은 이후 4년 만의 상향 조정이고 신용등급 전망은 안정적(Stable)으로 나타났다. AAA 등급은 나이스신용평가의 신용 등급 체계 10개 등급 중 가장 높은 등급이다.
6일 증권시장에서도 현대차는 기아차와동반 상승중이다. 주가는 오전 11시 현재 222,500원으로 전일대비 6,500원(+3.01%)이나 올랐다. 시총은 47조 658억원에 이르렀다. 기아차도 104,600원에 전일 대비 2800원이나 올랐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사진=현대차그룹) |
이상엽 기자 thtower1@techholic.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