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크홀릭] 전기차 시장의 성쇠는 배터리에 달려 있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전기차의 핵심적인 요소가 배터리라는 것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그런데 심심하면 툭 튀어나오는 전기차 화재 소식으로 시장 성장에 브레이크가 걸리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리튬 배터리가 아무래도 불안 요소로 등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를 원천 봉쇄할 수 있는 방법은 아직까지 등장하지 않고 있다. 다만 배터리 양극과 음극 사이의 전해질이 고체로 된 2차전지로, 에너지 밀도가 높으며 대용량 구현이 가능한 전고체 배터리가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이 제품은 전해질이 불연성 고체이기 때문에 발화 가능성이 낮아 리튬이온 배터리를 대체할 차세대 배터리로 꼽힌다.
국내 배터리 업계는 모두 이 시장을 주목하고 있다. 그 가운데서도 삼성SDI가 개발과 양산 준비에 한 발 앞서 있다.
새로운 게임체인저를 기대하는 이재용 회장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은 2월 27일 삼성SDI 경기 수원사업장을 방문해 전고체 배터리 시험생산용 설비를 둘러봤다. 주가가 오르고 업계의 관심이 높아지는 등 이 회장의 행보에 업계의 시선이 쏠리고 있다.
‘꿈의 배터리’로 불리는 전고체 배터리를 제조할 수 있는 삼성SDI의 파일럿 라인은 상반기 완공된다. 이날 최윤호 삼성SDI 사장이 현장 주요 시설과 사업 현황을 안내했다.
일각에서는 삼성의 반도체 붐을 이을 차세대 유력주자로 전고체 배터리를 꼽는 이들도 나오고 있을 만큼 업계와 전문가들의 관심도 쏠리고 있다.
전고체 배터리는 전해질이 고체 상태인 배터리를 뜻한다. 리튬이온 배터리보다 에너지 밀도가 높지만 화재 위험은 낮다는 점이 큰 강점이다. 삼성SDI는 더 좋은 품질을 앞세우고 더 안전한 배터리를 선호할 거래처를 찾아나갈 것이다.
현재 글로벌 진기차 시장은 가격 성능 안전도 삼파전 싸움으로 치닫고 있다.
이 가운데 가격 문제는 테슬라가 반값 전기차를 내놓을 것인가에 관심이 쏠린다. 테슬라가 반값 전기차를 내놓으려면 중국제 값싼 배터리를 써야 한다. 그러면 상대적으로 안전성에 문제가 생길 수도 있다. 물론 중국 CATL은 세계최대의 배터리 생산업체이고 기술도 크게 좋아져 어느 정도 이를 극복할 수 있다.
그러나 삼성SDI의 전도체 배터리 기술은 현재 가장 앞선 수준이다.
충전 속도도 빨라 전기차 생태계를 바꿀 ‘게임 체인저’로 통한다. 게다가 투자도 계속해 왔고 투자금도 충분할 만큼 비축해 놓고 있다. 삼성SDI는 전고체 배터리 파일럿 생산라인을 지난해 3월 착공했으며 올해 상반기 공사를 끝내고 시장 반응을 계속 점검해 작정이다. 양산에 들어가면 추격자 그룹이 그만큼 경쟁에서 밀리게 되고 완성차 업계도 삼성SDI에 촉각을 곤두세울 수밖에 없다. 그래도 갈 길은 쉽지 않다.
기술 검증을 거친 뒤 본격적으로 생산에 들어가는 시점이 아직도 제법 남은 2027년이다.
그러나 경쟁사보다 훨씬 빠르다는 점 때문에 글로벌 거래처들의 관심이 폭발적이다.
이재용 회장이 삼성SDI 사업 현장을 직접 찾아 챙긴 것은 대내적 대외적 이미지 관리라는 측면에서 큰 의미가 있다.
대내적으로는 회장의 특별한 관심과 투자가 있는 만큼 열심해 해서 더 빠른 결과물을 내보자는 독려정책이다. 당연히 삼성SDI의 전고체 배터리 초격차 개발 전략에 속도가 붙을 것이란 전망이다.
이재용 회장의 사업장 방문은 글로벌 관심거리이다. 이 회장이 일본을 방문하고 네덜란드를 방문하는 등 해외 일정에 나서면 매체들이 앞다투어 보도한다. 그의 일거수일투족이 곧 사업 방향 전개와 이어진다고 보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대외적으로 이 회장의 삼성SDI 사업장 방문은 글로벌 거래처에 “우린 준비가 되고 있다”거나 “이 시장에서 우리를 따라올 기업이 있으면 나와 보라”는 도발적 메시지이기도 하다.
리튬 배터리에 비해 여러 장점을 가진 전고체 배터리는 전지의 경쟁력을 좌우할 뿐 아니라, 전기차 시장에서의 우위를 결정할 것으로 관측된다.
이에 배터리와 소재 기업은 물론 완성차 기업들도 개발에 뛰어들고 있다. 특히 완성차 업계는 자체 개발에 올인하고 싶어 한다. 하지만 이 기술은 여전히 도전 준비 중이고 양산에 들어간 곳은 한 곳도 없다. 아니, 시험개발 준비중이라는 표현이 더 들어맞다.
여전히 리튬이온 배터리를 대체할 만한 수준의 개발이 이루어지지 못했다는 것이 현 수준이다. 당연하게도 리튬이온 배터리보다 수명이 낮고 가격은 비싸 상용화 수준에 이르지 못했다.
그러나 삼성SDI가 가장 선두에 서 있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삼성SDI는 지난달 실적 컨퍼런스콜에서 “올해 상반기 중 라인 준공을 마치고 하반기 중 소형 샘플 셀을 제작해 성능 등 테스트를 본격적으로 진행할 예정”이라며 “파일럿 라인 가동 기점으로 전고체 배터리 개발 속도를 높여 양산 시점을 앞당기겠다”고 밝힌 바 있다.
유럽연합이 인정한 헝가리 공장
한편 삼성SDI에 연이은 좋은 소식도 들려오고 있다.
유럽연합이 헝가리의 삼성SDI 지원을 승인했다는 소식이다.
내부 소식통에 따르면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는 헝가리가 삼성SDI에 8960만 유로(1254억 원)를 지원하는 조치가 EU 국가 지원 규정에 부합한다는 판단을 내렸다는 소식이다.
이번 투자 지원금은 헝가리 괴드에 삼성SDI의 전기차용 배터리 셀 생산시설을 증설하는데 사용될 예정이다. 이번 지원금은 삼성 SDI의 경쟁 유지와 괴드 지역의 발전, 일자리 창출에 기여하게 될 것이라는 보도도 나왔다.
괴드는 헝가리 북부에 있는 도시로 페슈트주에 속하는 조용한 도시였지만 삼성SDI의 투자 이후 변화를 겪는 중이다. 부다페스트에서 북쪽으로 25km쯤 떨어져 있고 시내 서쪽으로 다뉴브강이 흐르는 아름다운 도시지만 최근 유럽 배터리 시장을 좌우할 변화가 감지되고 있기도 하다.
이미 삼성SDI는 2017년 12월 12억 유로를 투입해 괴드 지역의 기존 전기차용 배터리 셀 생산설비의 생산능력을 확대하기로 하면서 2022년 1월 양산에 들어가 최고 생산 능력에 도달해 유럽경제권을 중심으로 고객에게 월 600만개 이상의 배터리 셀을 공급하고, 1200개의 새로운 직접 일자리를 창출한 바 있다.
최근 들어 삼성SDI는 미국 전기차 시장을 향해 적극적 의지를 내비치고 있기도 하다.
미국은 인플레이션감축법(IRA) 통과 이후 가장 빠른 속도로 성장하는 전기차 시장이다.
이 때문에 증권가에선 삼성SDI의 올해 전망에 대해 낙관적이다.
삼성SDI는 2022년 한 해 매출 20조 1,241억원을 기록 꿈의 20조원대를 돌파했다.
전년대비 48.5% 대폭 성장했고 영업 이익도 1조 8,080억원을 기록해 신기록을 경신했다.
투자자들에게서 올해도 20% 수준의 성장과 두자릿수 영업 이익은 무난하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주가 대비 30% 이상 상승 여력도 있다는 분석도 나왔다.
증권가 투자 전문가들은 이재용 회장이 추구하는 배터리 기술 초격차는 치열한 2차전지 시장에서 꼭 필요한 필수 전략으로 보고 있다. 주가는 상황에 따라 달라지는 법이지만 한국 배터리의 글로벌 시장 석권을 위해 꼭 필요한 전고체 배터리 양산을 위해 삼성SDI가 달려가고 있기 때문에 올 한해 이 회사의 전고체 배터리 산업은 지속적인 우상향 성장세를 보일 전망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 |
삼성SDI 헝가리 공장(사진=삼성SDI) |
이상엽 기자 thtower1@techholic.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