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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수출규제건, 정부는 기업과 민간에게 미루지 말라

기사승인 2019.07.16  14:44: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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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크홀릭] 일본의 수출규제가 현실화되면서 반도체 생산이 당장 타격을 입게 되었다. 승승장구하던 반도체 생산이 경기 침체로 주저앉자마자 시작된 이번 수출규제 파동은 한국 부품산업의 빈약한 현주소를 알려준 계기가 되었다. 일본은 우리나라 주력 산업의 목줄을 쥐고 있음을 만천하에 알린 것이나 마찬가지가 되었다. 여기에 삼성반도체가 핵심 타격을 입게 될 정도의 강력한 보복이 시작된 것이다.

니케이 신문은 오늘 아침 일본의 수출규제에 대한 한국의 반발을 상세히 보도하면서 일본측과 한국측이 서로 정당함을 주장하고 있어 갈등의 골이 더욱 깊어져 가고 있다고 썼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나 대통령 정치인들이 국민감정을 들먹이며 공을 국민들에게 돌리려는 언행을 보이고 있어 재계의 염려를 자아내고 있다. 

정부는 지금 외교 채널을 가동하는 것이 첫 번째 임무다. ‘국채보상운동’이니 ‘금모으기 때를 기억하라’느니 하는 발언이 쏟아져 나오는 것은 가당치 않은 일이다. 대일 외교를 중단시킨 책임을 국민들 대응으로 몰아가려는 것은 비겁한 일이고 분명한 책임 방기다. 

지난 주 2019년은 일본의 수출규제로 인해 반도체 시장점유율의 지각 변동이 일어날 것 같다고 보도했다. 이 신문은 한국이 2018년 기준으로 세계 시장점유율 중 수위를 차지하는 품목이 7개로 줄었는데 이것은 2017년보다 두 품목이나 준 것이라고 보도했다. 게다가 삼성반도체 재고가 3개월치나 밀린 것은 통상 재고량의 3배나 된다고 했다. 삼성반도체를 꺾으면 한국 경제를 꺾을 수 있다는 노림수가 이번 규제 속에 숨겨져 있는 것이다.

상황이 이 지경에 이르렀음에도 정부의 대응은 미온적이다 못해 무능하기 짝이 없다. 

문제는 이런 국내외 보도나 일본의 수출규제 움직임이 어제 오늘 시작된 것이 아니었다는 점이다. 충분히 예상할 수 있었던 것을 이제 와서 그룹 총수들을 불러놓고 슬쩍 책임을 기업에 전가하려는 태도는 정부가 취할 태도가 아니다. 

일부관료들은 이 자리에서 “그동안 부품 개발을 안 하고 무엇을 했느냐?”고 물어보기도 했다니 얼마나 관료들이 산업에 대해 무책임하고 무지한지를 스스로 드러낸 것이라 하겠다.

10년 전 모기업의 고위 임원이 “지금 상태로 우리가 승승장구하다가는 언젠가 일본에 발목을 잡힐 우려가 있다”고 했다. 그 이유를 물었더니 “주요 부품에 대해 우리가 아직 기술적으로 일본과 격차가 커서 자체 생산하지 못하고 소재 또한 일본에 의존하는 것이 많아서 저들이 해코지를 하려고 마음만 먹으면 우리는 꼼짝없이 당할 판‘이라고 했다.

우리가 소재가 생산되지 않고 기술이 부족한 것을 두고 그동안 무엇을 했느냐고 한다면 참 더 이상 할 말이 없는 것이다. 지금 갑자기 1조 원을 투입해서 부품산업을 육성한다고 해도 이것은 하루아침에 해결될 성질이 아니다. 장기적으로 대응할 과제인 셈이다.

일본 정부, 퇴로없이 강공 계속할 듯

닛케이는 최근 보도에서 “지난 해 10월 한국 대법원 판결(위안부 문제)을 받고 일본 정부가 계속 해서 양국간 협의를 요구해 왔지만 한국 정부가 이를 거부해 왔다”면서 “이번에 일본이 강한 조치를 내자 거꾸로 한국이 협상하자고 매달리는 형국”의 역전이 발생했다고 보도하고 있다.

이 매체는 미국측을 인용, 아베 수상이 트럼프식 보복 수단을 따라하고 있어 미국이 다 놀라고 있다“고 보도할 정도다. 

그러면서 한국측에 별로 유효한 해결책이 없어 보인다고도 했다. 한국 정부는 참의원 선거 후에는 일본측이 유화적으로 바뀔지 모른다는 기대를 하고 있으나 일본 정부는 퇴로를 아예 열어두지 않고 있다고 보도했다.

한편 니케이신문은 이날 보도에서 이 문제를 ‘법’과 ‘정(情)’의 우선순위 문제라고 보도했다. 한국은 위안부 문제를 감정적으로 해석하고 일본은 국가간 약속이 우선이라고 본 데서 비롯된 것이라고 분석했다.

문제는 한일간 대화 채널이 전혀 열리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한일 의원연맹간 채널도 닫혀 있는 것이나 마찬가지고 동맹간 의리나 다국간 협조에 대해 미온적인 트럼프도 중재에 소극적이다. 그러면서 이 매체는 양국은 아직 걸어가보지 못한 미경험 존으로 들어섰다고 우려를 표명하고 있다. 

일본 전문가들은 “일본 우익들의 속내는 명확하다. 우선 승승장구하던 삼성을 견제하고 반도체 사업을 추락시키고 정치적으로도 한국을 꺾을 수 있는 절호의 기회라고 보는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그렇다면 이제 할 일은 명확하다. 우리만 득을 보는 양자간 양국간 거래는 있을 수 없다. 그런 걸 바라는 것은 순진무구한 바보들이다. 국민감정에 호소하는 것은 비겁한 일이다. 국민은 알아서 일본 제품 불매를 할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정부는 자기 할 일을 해가야 한다. 무엇을 내 줄 것이고 무엇을 받을 것이 무엇인지를 잘 선택해서 다시 거래를 시작하고 신뢰를 쌓아가야 한다.

상대는 ‘악’ 나는 ‘선’이라는 이분법적 구도로는 이 문제를 영영 해결할 수 없으며 결국 힘이 약한 한국으로서는 치명타를 입을 수 밖에 없는 것이다. 

이상엽 기자 sylee@techholic.co.kr

<저작권자 © 테크홀릭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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