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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규제개혁 과제 짚기] ①금융산업, 정부부터 가두리 규제 풀어야

기사승인 2019.01.15  14:46: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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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구 금융위원장이 지난해 11월 자본시장 혁신에 관해 발표를 하고 있다. (사진=금융위원회)

[테크홀릭] 세계 경제의 패러다임이 ‘데이터 경제’로 전환되는 패러다임의 변화 시기에 우리나라는 아직도 빅데이터 활용은 첫걸음을 떼는 과정에 불과하고 특히 금융산업의 규제는 갈라파고스 규제라는 비난을 받을 정도로 진입 장벽이 심각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금융의 경우, 개인정보 보호 규제가 워낙 심하다보니 빅데이터 활용도에서 미국 중국 유럽연합의 금융산업 발전속도에 비해 한참 뒤처져 있는 것이 사실이다.

대학을 졸업하고 금융 데이터 기술회사를 창업하기 위해 열심히 준비하던 A씨는 최근 손을 놓고 취업을 준비중이다. 금융 관련 기업은 창업 자체가 원래 까다로운 데다 개인 정보와 관련하여서는 정부가 데이터 수집과 분석, 활용의 전 단계를 엄격하게 제한하고 있어 대기업이 아니고서는 빅데이터 분석이 사실상 힘들기 때문이었다. 그는 10개 월간 창업 준비를 해 오며 서류 작성만 A4 4백 장이 넘었다고 했다. 현재 그는 사실상 창업을 포기한 상태다. 개인 정보보호라는 아무도 이의를 제기할 수 없는 강력한 진입벽 때문에 한 발자국도 나아가지 못하고 포기하고 만 것이다.

은행업은 최근 20년간 사실상 새로운 시장을 주도할 강력한 도전자가 없는 유일한 산업으로 지적받고 있다. 업계 전문가는 금융 규제가 건전성이나 소비자 보호에 국한돼야 한다고 지적하지만 정부 인식은 한참 멀었다는 것이 중론이다.

정부와 정치권은 금융을 단순히 실물경제를 지원하기 위한 인프라라고 여기는 왜곡된 사고가 깔려 있다는 지적도 나오는 형편이다. 걸핏 하면 정부는 소비자 보호, 시스템 안정, 관련 사례 부족 등을 이유로 대며 전방위적 규제에서 한 발도 물러서려고 하지 않는다.

언론과 재계는 특히 문제가 되는 것은 법령에도 없는 행정지도, 즉 그림자 규제라고 말한다. 만일 이 문제를 들추기라도 했다가 괘씸죄까지 적용받을까 걱정하고 있다.

인터넷 뱅킹이 규제 철폐의 향방 가를 듯

오는 17일 인터넷은행법이 발효되면서 카카오뱅크와 케이뱅크와 같은 기존 인터넷은행의 행보가 주목받고 있다. 현재 카카오뱅크의 최대주주는 카카오가 아닌 한국투자금융지주로 알려져 있는데 이것은 의결권이 없는 경우 산업자본의 지분 보유 한도를 최대 10%까지만 허용하고 잇는 현행 법체계 때문이다. 거대 자본이 경쟁하는 글로벌 금융경젱 속에 우리는 이런 규제를 수두룩하게 펼쳐놓고 기업에게 일자리 창출을 요구한다.

현재 카카오와 KT는 인터넷은행법이 통과돼 은산분리 규제가 완화될 경우 최대주주로 올라설 수 있도록 주주 간 지분 매매 약정을 각각 체결한 상태지만 금융당국의 한도초과보유주주 심사 결과에 달려 있다.

기존 10%인 카카오뱅크와 케이뱅크에 대한 지분을 최대 34%까지 늘리는 데 대해 금융당국이 승인을 해줘야 하기 때문이다. 양사는 인터넷은행법에서 벌금형 이상 형사처벌을 받은 사실이 없어야 한다는 전제조건을 두고 있는데, 이것이 규제 대상이 되고 있다. KT와 카카오M이 공정거래법 위반 전력이 있어서 문제가 될지 전전긍긍하고 있다.

인터넷은행법에서 금융관련법령 공정거래법 조세범처벌법 특경가법 위반은 문제가 될 소지가 있고 법에 명시화되어 있어 이를 없애기가 쉽지 않은 형편이다. 금융당국은 한도초과보유주주 신청 2개월 이내에 결론을 낼 예정인데 요즘 같은 시대에 정부 당국이 이렇게 시간을 끌고 있는 것이야말로 스스로 규제의 원인 제공자라는 인식을 불러일으킬 수밖에 없는 것이다.

보험업계도 규제의 빗장에 걸린 경우다. 보험업계의 최근 목표는 ‘헬스케어’를 주력산업으로 키워나간다는 생각이다. 기존에는 사후 보장을 앞세웠지만 이제는 생전의 정상적인 케어 시스템을 도입하여 산업 성장을 유도해 보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문제는 낙후된 금융업 제도와 의료법, 약사법, 의료기기법, 국민건강보험법 등 각가지 규제가 걸려 있어 헬스케어 시장 진입이 사실상 어렵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업계는 2020년 스마트 헬스업계의 시장이 약 115조 원에 이를 것으로 내다보고 있는데 우리는 손을 처매고 있는 상황이다.

한국의 규제 환경은 진입 요건, 상품 개발, 영업 행태, 가격 개입 규제가 심각한 수준이라 핀테크, 인공지능(AI), 빅데이터 같은 시대의 변화를 절대 쫓아갈 수가 없는 상황이다.

IT와 금융 관련 언론들, 전공자들은 우리 정부가 법 조항에 정확하게 나열된 것들만 허용하는 규제식으로는 창업 도전이나 비약적인 발전 자체가 불가능하다고 말한다. 이런 식의 나열주의 규제를 철페하고 법에 적힌 것 중 안 되는 것 빼고 다 허용해 주는 포괄주의 규제 방식으로 바꿔야 한다는 것이 중론이다.

정부는 그림자 규제의 문제점을 인식하고 그 수를 3년 만에 700개에서 38개로 줄인다고 줄였다고 주장하지만 현장에서의 체감은 전혀 반대다.

최근 카드사 수수료 규제는 대표적인 정부 작품이다. 카드 수수료 인하는 최저임금 인상으로 자영업자들이 어려움을 겪으니 금융회사나 대기업에 부담을 떠안긴 ‘돌려막기’와 다름없다. 정부가 카드 수수료를 마음대로 손보는 것 자체가 규제인데 이를 인식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재계 전문가들은 한국의 금융산업이 성장해야 일자리가 늘어난다고 지적한다. 한국의 금융산업은 전체 국내총생산의 4.96%에 불과하다(2017년 기준). 금융이 시장을 앞장서서 리드하며 막힌 분야를 풀어가야 하는데 우리는 거꾸로다.

금융업계 취업자 수도 2013년(87만5000명) 고점을 기록하고서는 줄곧 내리막을 달려 2017년 79만 1천 명으로 집계됐다. 전체 취업자에서 금융업계 취업자 비중은 처음으로 2%대(2.96%)로 떨어졌다(2017년 기준). 전세계 정부가 금융을 앞세워 일자리를 늘려가려는 가운데 우리는 오히려 뒷걸음질 치며 스스로 일자리를 줄이고 있는 모습이다.

연 2만 명이 일자리를 내놓는 결과를 가져올 정도로 금융업 성장은 심각한 위기국면이다.

문제의 심각성을 정부가 먼저 알아차리고 사전에 결론을 내린 뻔한 공청회나 세미나 같은 형식적인 놀음은 그만 두고 당장 업계 전문가들의 요구 사항부터 점검해 규제 일변도의 한국 금융 인프라를 소생시켜야 한다는 것이 금윤 전문가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이상엽 기자 sylee@techholic.co.kr

<저작권자 © 테크홀릭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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