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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흠집내기, 국익에 도움될까

기사승인 2018.04.10  13:36: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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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때리기가 다시 시작되는 것일까? 정부는 개별 기업에 간섭하지 않는다는 원칙을 지키고 있다고 말한다. 하지만 삼성그룹에 쏟아지는 질책과 수사, 외압은 도에 지나친 면이 분명히 있어 보인다.

솔직히 이 시대의 대기업이나 중소기업을 현미경으로 들여다보며 결점을 찾아낸다면 멀쩡히 살아남을 기업이 얼마나 될까?

삼성전자가 15.6조원의 연결영업이익을 발표하던 지난 6일 올해 4번째 압수수색이 시도됐다. 노조 와해를 조직적 차원에서 밀어붙였는지를 보기 위해서다.

노조와해 공작은 당연히 엄벌되어야 한다. 하지만 현재 검찰이 대기업에 벌이고 있는 수사들을 보면 과거 자신들이 해오던 잘못의 상당 부분을 일부러 지우기라도 할양 대상 기업들을 옥죄고 아직 유죄 판단이 서지도 않은 일들을 사실인양 언론에 흘린다. 도대체 무죄추정주의는 어디로 간 것인가?

이런 분위기라면 기업은 속절없이 당할 수밖에 없다. 재판은 길고 오래 걸리니 무죄가 나와도 상처가 난 기업의 이미지는 오래 남는다. 그것도 해외 수출에 많은 힘을 기울이는 기업에게는 치명타가 될 수 있는 데도 전혀 신중한 접근이라고는 없다.

검찰이 과거에 정확하게 법적 처분을 내렸더라면 더 이상 없을 일들을 그때는 유야무야하고 지금에 와서 여론을 업고 과잉단속을 벌인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사실 기소독점주의가 우리 검찰에 부메랑이 되어 돌아온 지는 한참이 됐다. 검찰이 기소하지 않으면 무죄였다. 검찰이 형량을 줄이기로 마음먹으면 얼마든지 그대로 되었던 것이 지금까지의 모습이었다. 그러던 중 갑자기 개혁바람이 불어 사실상 대거 폭로수사가 마구잡이로 시작된 듯한 느낌을 준다.

그렇지 않다고 말하면 그만이겠으나 국익이라는 입장을 검찰이 생각하고 있는지 의문시된다. 삼성이 죽으면 누가 가장 좋아할까? 법적으로 잘못된 일을 처벌하지 말라고 주장하는 것이 아니다. 공정하게 하자는 것이다. 그래서 나오는 수사결과라면 당사자 기업도 할 말은 없을 것이다. 그러나 특정 기업, 특정 개인만 죽어라고 두드리면 “재수없이 운 나쁘게 걸렸다”는 반발만 산다.

반도체 생산라인 공개와 공공성 이익?

요즘은 여기에 재판부까지 거든다. 고용노동부가 방송사 PD에게 보고서를 넘기기로 한 삼성전자 평택공장은 64단 3차원(3D) 낸드플래시를 생산하는 최첨단 반도체 공장이다. 미국은 이런 중요한 곳의 기업 기밀이 새어 나갈까봐 문단속에 난리다.

일본이나 중국 업체도 설계도면 한 장이라도 얻으려고 첩보전을 방불케 하는 정보 캐기에 나선 형편이다. 최근까지 일본 도시바, 미국 마이크론 등 세계의 반도체업체들이 주목하고 있는 곳이 평택공장이다. 그들은 전문가 집단들이라 생산설비 라인을 한 번 보면 앞으로 이 기업이 어떤 제품을 어떻게 생산해 나갈 것인지를 짐작하고도 남는다고 한다. 이런 기밀 정보가 담긴 내용을 방송에 내보내더라도 현행 정보공개법에서는 제재할 수단이 마뜩치 않다.

고용부는 지난 2월초 2심인 대전고등법원 판결로 삼성 반도체·디스플레이 공장에 대한 보고서가 영업 비밀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백혈병 사망사고가 난 온양 반도체공장 작업환경 측정보고서 공개 결정 때문이다. 유죄가 입증된다면 당연히 일벌백계해야 한다. 그러나 망신주기나 버릇 고치기 식의 과잉 수사는 피해야 한다.

고용부 관계자는 “설령 영업 비밀이더라도 공익을 위해서라면 국민 누구에게나 줄 수 있다”며 “방송국이라고 해서 주지 않아야 할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정부가 할 일과 하지 말아야 할 일을 구분하지 못하고 있다는 느낌이다. 전자업계 전문가들도 기겁할 일이라고 걱정한다. 과거에 우리나라 초기 반도체 맨들은 마치 스파이처럼 미국과 일본의 반도체 공장을 견학하고, 그 라인을 훔쳐 보며 배웠다. 어떤 은퇴한 반도체 엔지니어는 젊은 시절 미국 모 기업에서 연수하고 난 다음 단속이 얼마나 심하던지 귀중한 자료를 매일 한 장씩 머릿속에 외워 들고 나왔다고 고백한 적이 있었다. 이만큼 생산라인은 기업의 철저한 노하우다. 마땅히 지켜주어야 한다.

훨씬 덩치가 큰 철강 라인도 함부로 사진을 촬영하지 못하게 하고 대외비 단속에 난리인데 하물며 반도에 첨단 라인을 공개하라니, 재판부의 정보공개 판결은 온양공장에 한정된 것이지만 다른 반도체·디스플레이 공장까지 확대 적용될 개연성도 배재키 어렵다.

삼성측, 공개 자체를 신중히 해야

이 일의 자초지종은 이러하다. 지난 2월 1일 대전고등법원의 판결에서 대전지방고용노동청 천안지청에 대해 “삼성전자 아산캠퍼스(온양공장)의 2007~2014년 작업환경측정 결과보고서를 공개하라”고 판결했고 공개될 정보에 대해 “경영·영업상 기밀이 아니다”고 봤다.

뒤집힌 이 판결을 계기로 삼성 공장들이 위치한 지역의 고용부 지방청에 관련 정보공개 청구가 줄을 잇고, 자칫 기밀 정보들이 무작위로 노출될 지경에 이르렀다.

지난해 3월 23일에도 비슷한 일이 벌어졌다. 당시 업계 소식통에 따르면 지난 2013년 삼성전자 화성사업장에서 발생한 불산 누출 사고 관련 보고서가 더불어 민주당 국회의원을 통해 한 언론에 전해졌던 것이다.

이 보고서에는 불산 누출 사고 후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과 중부지방고용노동청이 실시한 안전보건진단과 특별감독 결과 내용을 담고 있어 얼핏 보기에는 문제가 없다. 그러나 여기에는 생산라인 배치도, 사용되는 물질의 종류와 투입량, 장비∙시설의 종류와 개수, 작동방법 등 삼성전자가 반도체를 생산하면서 쌓아온 지적 자산이 다수 포함돼 3자 정보 누출이 심각하게 우려된 바 있었다.

이번에도 마찬가지다. 삼성전자는 곧바로 중앙행정심판위원회에 정보공개 집행정지 신청을 청구했다. 다급하고 절박한 상황이라고 판단한 듯하다.

삼성측은 보고서 내용의 민감성, 불특정 다수로의 전파 가능성, 해외 유출시 제재 미흡 등을 고려해 고용부가 근로자가 아닌 이에 대해서는 공개 자체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특히 불특정 다수에게 방송을 통해 노출이 됐을 때 파장을 염려하고 있다. 각종 정보 노출과 불법행위에 대한 법적 제재가 어렵다는 것이다.

산업통상자원부도 공개적인 발언은 조심스러워하지만 이번 결정의 파장을 염려하는 모습이다. 국가 핵심기술은 보호할 당연한 가치가 있다는 입장인 것이다.

과연 이렇게 해서 얻는 국익은 무엇인가? 개혁도 정도껏 해야 하고 수사는 기밀을 지켜가야 하며 외부 공개는 더욱 신중해야 한다. 무엇보다 국익을 생각해야 한다.

이상엽 기자 sylee@techholic.co.kr

<저작권자 © 테크홀릭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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