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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풍에도 흔들리지 않는 LG그룹의 뚝심경영

기사승인 2018.03.14  15:0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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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그룹만큼 정치적 외압이 적은 기업은 없다. 박근혜 전 대통령과 관련한 불미한 이야기도, 여느 그룹처럼 형제간 재산권 다툼이나 경영권 분쟁도 들리지 않는다.

혹자는 LG그룹의 정중동식 경영 스타일을 가리켜 ‘매일 조용한 혁명을 꿈꾸는 기업’이라는 말을 남겼는데 어쩌면 이것이 LG그룹에 대한 가장 적합한 표현일지도 모른다.

LG 그룹은 창업 이래 ‘인화’를 강조해 왔다. 군부 정권에는 보이는 듯 보이지 않는 듯 불가근불가원의 원칙을 지켰다. 때문에 특별한 정권의 도움은 받지 못했지만 정권 교체 후 닥치곤 했던 정치 보복이나 외압을 거의 피해 갔다.

구본무 회장의 이 같은 정치권 거리두기는 앞서의 학습효과에 기인한다는 분석도 있다. LG그룹은 지난 1999년 정부 주도로 현대그룹과 반도체 빅딜을 진행한 바 있는데 김대중 정부가 경제위기 극복을 내세워 반도체 사업을 현대로 넘기도록 요구해 사업을 포기해야만 했던 경험이 바로 그것이다.

당시 현대반도체가 LG반도체보다 경험과 기술이 부족하다는 반도체 전문가들의 분석에도 LG반도체가 현대전자에 흡수합병되면서 LG 경영진들은 모두 상처를 입은 모습이었다. 이후 구본무 회장은 정치권과 거리를 두며 그룹이 정치적 영향력 속에 휩쓸리는 것을 극도로 꺼려 왔다. 그 결과, 최순실 파동에서도 거친 파고를 비켜간 것이다.

인화와 혁신으로 국내 최초에서 세계 최고로

언론들은 LG그룹의 경영 스타일을 흔히 ‘인화’와 ‘혁신’이라는 말로 정리한다, 그룹 경영진은 물론 임직원끼리도 인화가 우선이다. 그러다보니 기업 경영권 승계도 조용히 넘어가고 있다. 돌다리도 두드려 보고 건넌다는 조심스러운 접근이 장기적으로 기업의 색채를 결정지었다.

창업자인 구인회 회장은 해방 후 부산에서 화장품과 플라스틱 제품 사업으로 성공적인 기업 역사를 써나가기 시작했다.

30~40년 전만 해도 LG전자의 전신이라 할 수 있는 금성의 마크는 첨단 전자제품의 상징이었다. 해방 직후 빈약한 경제상황 속에서 창업해 우리나라 최초로 플라스틱 산업을 개척했고, 석유화학산업의 기반을 구축했다. 이어 라디오, TV, 냉장고 등의 제품을 국내 최초 개발해 전자제품에서 금성의 브랜드 가치를 단숨에 최고로 끌어 올렸다. 국내 최초에 국내 최고를 지향해 성공한 인물이 구인회 회장이었다.

그의 뒤를 이은 장남 구자경 회장은 기업의 글로벌 경쟁력을 키우기 위한 반석을 마련하는데 주력했다. 그룹의 최고경영정책 협의기구로 운영회의를 설치해 회장을 보좌토록 하는 등 구자경 회장식 경영체제를 다져 나갔고, 이를 통해 그룹사들이 연평균 50%가 넘는 고도성장을 이루며 새로운 전기를 맞이했다.

구자경 회장은 70세에 은퇴해 충남 천안에 있는 연암대학 인근 약 2,000평 규모의 농장에서 된장과 청국장 등 전통음식의 맛을 재현하는데 관심을 가지며 2002년 희성식품을 세우는 등 화려함보다는 조용한 노후 생활을 보내고 있다.

어느 언론은 이를 가리켜 ‘장자 승계와 무욕경영 덕분에 그룹 리스크를 크게 줄였다’고 평가한 바 있다. 그 말 그대로 구자경 명예회장이 물러나면서 원로 1,2 세대 모두가 회사를 떠났다. 조용한 승계와 혁명이 이뤄진 것이다.

구자경 명예회장의 장남인 구본무 회장은 세계 일류 기업의 꿈을 키워 온 리더형 CEO다. 구본무 회장이 단행한 가장 혁신적 결정 중 하나는 럭키금성이었던 기업명을 LG로 바꾼 것이다. 한국을 넘어 글로벌 무대로 나아가기 위한 전략적 판단이었다. 반대하는 이가 적지 않았지만 뚝심으로 밀어붙여 LG 브랜드를 메이킹한 것이 오늘날 글로벌 LG의 이미지를 구축한 기초가 됐다.

국내 최초 지주회사 설립

구본무 회장의 업적 중 백미는 국내 최초의 지주회사 전환이다.

외환위기 이후 지주회사 금지가 풀리자 LG는 지난 2003년 국내 최초로 지주회사를 설립, 지배구조의 투명화를 이룩했다. 동시에 LG, GS, LS, LIG 등으로 기업분할도 이뤄냈다.

이 과정에서 주식교환에 의한 공개매수라는 방법을 활용해 자회사 보유 지분을 높이고 이를 통해 경영권을 강화하는 등 공개적이고 합법적인 지주회사 설립의 롤모델을 선보였다. 이후 국내 그룹사들이 LG그룹의 방식을 참고하고 있는 것은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지주회사로 전환하면 복잡한 순환출자를 해소하고 지주회사-자회사-손자회사 형식의 피라미드로 기업구조가 재편돼 지배구조가 단순화되고 명확해진다. 또 적대적 인수합병(M&A)을 막는 효과도 있다. 이외에 순환출자 구조에서는 복잡한 지배관계의 연결고리 때문에 부실기업이 있어도 사업을 정리하기가 어렵지만 지주회사 체제로 재편하면 모회사가 자회사 지분을 소유하는 간결한 지배구조를 만들 수 있어 부실사업 정리와 경영 효율성을 크게 높일 수 있다.

이런 구본무 회장의 경영 방침은 한 마디로 ‘정도경영’이다. 바른 길이 아니면 가지 말자는 것이다.

구본무 회장은 조용한 성격이지만 치밀하고 과감해 언제나 혁신을 강조하면서 ‘1등 LG’를 지향해 왔다. 자동차 전장사업과 에너지사업 등에서 글로벌 성장동력을 확보한 것도 구본무식 경영 스타일 덕분이라는 말이 나온다.

구본무 회장은 늘 기술혁신에 목말라한다. 마곡에 LG사이언스파크를 건립하고 ‘융복합 R&D 메카’로 세워나가겠다는 다짐을 했고, 이미 그 성과가 가시화되고 있다. 아울러 구본무 회장은 사회공헌을 강조하면서 LG상록재단과 LG복지재단을 통해 ‘최초의 환경보호공익재단’, ‘LG의인상’ 등 공익사업을 펼치고 있다.

구본무 회장은 동생인 구본준 부회장과 경영 역할을 분리해 구본준 부회장은 2015년 11월부터 차량용 전장부품사업, 에너지사업 등 LG그룹의 성장동력을 담당하는 신성장사업추진단장을 맡고 있다. 이는 LG그룹의 신 성장동력 강화로 이어지고 있다. 구본무 회장의 신뢰 경영과 뚝심 경영 스타일이 빛을 발하고 있는 증거다.

뚝심으로 성공시킨 과감성과 혁신성

구본무 회장의 연구 개발에 대한 욕심은 지난 1991년부터 밀어붙여 온 배터리 사업의 성공에서도 확인된다. 한 때는 사업을 접어야 할 만큼 손실이 컸지만 지금은 LG화학이 배터리 시장의 글로벌 선두그룹으로 올라섰다. 까다롭기로 소문난 GM의 쉐보레 볼트에 전기차 배터리를 공급해 세계 시장의 이목을 집중시킨 바 있고, 현대·기아차는 물론 포드, 르노, 상하이자동차, 코로스, 아우디 등 20여개 주요 완성차업체에 배터리를 공급하고 있다.

지난 2015년 세계 1위 에너지저장시스템(ESS) 기업인 미국 AES에 오는 2020년까지 최소 1GWh 규모의 배터리를 공급하게 된 것도 구 회장의 뚝심 연구개발 방침을 고수해 온 덕분이다.

그의 최근 고민은 선제 대응이다. 시장이 갈수록 불확실해 지고 있어 선두 그룹에 있다고 안심할 수 없기 때문이다. 마곡 LG사이언스파크 구축의 이유가 여기에 있다. 유능하고 건실한 인재를 육성해 적재적소에 인원을 효율적으로 배치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는 지난 2016년 전기차와 자율주행차가 급부상할 것으로 내다보고 자동차 전장부품사업을 신성장동력으로 예측했는데 이 예측은 정확하게 들어맞았다. 경쟁사들도 LG그룹의 뒤를 따르고 있다.

현재 LG 그룹은 지속 성장과 연구개발에 초점을 맞추고 글로벌 시장 선점에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패스트 팔로우 그룹이 아니라 퍼스트무버 그룹이 되는 것이 당면 목표다.

구본무 회장의 2018년 리더십이 또 어떤 활약으로 나타날지, 어떤 좋은 결과를 창출할지 업계 안팎의 관심이 커지고 있다.

이상엽 기자 sylee@techholic.co.kr

<저작권자 © 테크홀릭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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